N세대를 덮친 ‘곰표 패딩’을 아는가? 다 알다시피 곰표는 흔한 밀가루 상표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지만, 특별함을 느끼기는 어려운 브랜드였다. 하지만 이 ‘곰표’가 패딩점퍼가 되어 무신사에 등장한 순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래된 가치와 새로운 스타일이 결합하자 이전에 없던 폭발력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세대의 문화와 기성 기업이 머리를 맞댄 결과가 늘어났다. 이를 레트로나 키치 열풍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적으로 본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 어울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두 가치를 자연스럽게 엮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냈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체 ‘두 가치가 자연스럽게 엮이는’ 과정은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까?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뉴스를 찾다가 적당한 브랜드를 찾아 연락하면 되는 것일까? 과연 그런 방법이 시대를 바꾸는 협업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업무공간을 바꾸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업무공간은 우리의 사고에 큰 영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파티션을 치우고 서서 회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다고 느낀 사람들은, 아예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주칠 일 없던 타 회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열린 공간. 최근 5년간 불어닥친 공유오피스 열풍은 이런 배경 아래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공유오피스 최초의 가치인 ‘교류’를 가장 잘 구현해낸 공간이 있다. 바로 공유오피스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업무공간, ‘핫데스크’다. 핫데스크란 뭘까? 핫데스크(Hot-desk)는 뜨거운 책상 지정된 자리 없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방침을 뜻한다. ‘자율 좌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핫데스크라는 독특한 용어는 잠수함에서 공간 절약을 위해 침상 하나를 여러 명이 돌아가며 쓰는 것을 뜻하는 단어 ‘핫 래킹(hot racking)’에서 따왔다고 한다. 왜 실리콘밸리는 핫데스크가 해답이라고 생각했을까? 핫데스크는 보통 칸막이가 없는 널찍하고 긴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다. 콘센트가 사방에 있어서 아무 데나 노트북을 들고 앉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을 수 있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테이블이 떨어져 있는 카페와도 다르고, 말없이 앉아있어야 하는 도서관과도 다르다. 업무와 대화의 조화를 위해 만들어진 업무공간인 것이다.
물론 단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리를 찾아 컴퓨터를 들고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한다든가 등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핫데스크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데에서 오는 오해다. 핫데스크는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휴먼굴림체가 될 때까지 굴리던 기존 기업의 방식을 벗어나, 더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그러니 새로운 환경,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효율성이 아니라 창조성이 강조되어야 진정한 핫데스크인 것이다. 어떤 핫데스크가 좋은 핫데스크일까? 여기에는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한국에서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며 공유오피스의 문화에 대해 많이 연구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양희영 대표는 강남역 부근에서 공유 오피스 ‘마이워크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마이워크스페이스는 국내에서 규모로 4–5번째 정도의 자리를 차지한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이다.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본인이 다른 사업을 위해 대여한 사무 공간이 너무 커서 다른 사람과 쉐어해서 쓰기 시작했던 게 시작이었다. (그 사업은 망했다고…)
해외의 공유오피스 문화를 수입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가 운영하는 마이워크스페이스에서는 실사용자로서의 고민과 창의성이 느껴진다. 단적으로 인테리어가 타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다르다. 보통 공유오피스의 인테리어는 검은색 데크와 나무, 유리가 어우러진 게 기본이다. 이는 공유오피스를 만든 초기의 아이비리그 졸업생들이 대학교 인테리어를 차용한 데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마이워크스페이스는 전 지점이 화이트 컬러의 인테리어를 유지한다. 이는 한국의 업무환경에 익숙한 고객들이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한다는 양희영 대표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핫데스크에 대한 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는 가장 이상적이었던 핫데스크로 2013년 처음 설립된 디캠프 4층에 있었던 공간을 이야기한다. 전망이 좋은 4층의 넓은 공간을 핫데스크 공간으로 내어 주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편안하게 일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업무를 잊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매우 이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디캠프 4층에는 핫데스크 공간이 없다. 다른 공유오피스의 핫데스크는 카페처럼 혼자 일하거나 업체 직원들이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변해갔다. 그는 이 양극화를 해결하고 디캠프 4층의 분위기를 되살려내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내서, 2020년 9월에 오픈한 신규 지점인 마이워크스페이스 4호점에 도입했다. 바로 ‘말할 수 있는 핫데스크’와 ‘조용히 일하는 핫데스크’를 분리하기로 한 것이다. 말할 수 있는 핫데스크, 스피크 존 마이워크스페이스 4호점은 강남역 5번 출구의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지하 2층과 지상 11층으로 구성된 1,000평 규모의 대규모 건물이다. 그중에서도 핫데스크는 가장 전망 좋은 11층에 자리한다.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크게 두 공간으로 갈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는 자유롭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스피크 존’이다. 앞 사람과 마주 보도록 배치된 책상에서 자유롭게 회의하거나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예 팀 단위로 함께 일할 수 있는 6인 책상도 배치되어 있다. 회의 장소로도 이용 가능하고, 다 같이 아이디어를 짜내는 편한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조용히 집중하여 업물할 수 있는 공간, 콰이어트 존
오른쪽으로 꺾어서 들어가면 ‘콰이어트 존’이 보인다. 아예 별도의 문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곳은 책상 배치부터 다르다. 책상이 벽과 창문을 향해 있다. 사람과 마주치거나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에서 집중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설계한 것. 생각해보면 공간 분리 자체가 떠올리기 어려운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원하는 고객도 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서비스 공급자가 소비자의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해야 가능한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입주한 고객의 ‘일하는 방식’을 면밀하게 파악한다면, 공유오피스는 무한히 진화할 수 있다. 핫데스크 살펴보기: 어떻게 해야 어울리면서 일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그렇다면 마이워크스페이스 핫데스크의 업무공간으로서의 분위기는 어떨까? 편안한 분위기의 사무실에 가깝다. 쉬고 즐기는 분위기는 9층의 라운지에 일임하고, 이곳은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하얀 책상 위에 스탠드와 멀티탭이 있고, 뉴에이지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다.
저렴한 이용료도 큰 장점이다. 종일 사용하는 데 1만 원만 내면 된다. 더불어 각 책상에 붙어 있는 캐비넷도 이용할 수 있다. 꽤 널찍해서 짐을 보관하기 좋고, 비밀번호로 잠글 수 있어 보안에도 용이하다. 실제로 겨울이다 보니 코트며 가방이며 짐이 꽤 많았는데,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퇴장할 때는 깨끗하게 비워야 한다.
비치된 푸드와 커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의 상징 커피부터 시작해서 토스트와 잼, 시리얼, 우유가 항상 비치되어 있다. 4종의 티백은 하임리프티라는 허브티 스타트업의 제품이다. 마이워크스페이스와 제휴를 맺고 무료로 티백을 제공한다고.
스피크 존 옆에는 회의실이 두 군데 있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마이워크스페이스 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핫데스크를 월 단위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달 4시간의 무료 시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월정액 고객의 혜택 중 하나다.
꾸준히 일할 작업실이 필요한 프리랜서라면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월 25만 원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일 8,300원 정도로 이용하는 셈인데, 외부에서 일할 때의 최저비용인 카페 비용보다도 저렴하다는 인상이다. 월정액 고객에게는 짐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캐비넷도 제공한다. 사진은 월정액 고객을 위한 별도의 캐비넷.
꾸준히 일할 작업실이 필요한 프리랜서라면 월정액으로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월 25만 원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일 8,300원 정도로 이용하는 셈인데, 외부에서 일할 때의 최저비용인 카페 비용보다도 저렴하다는 인상이다. 월정액 고객에게는 짐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캐비넷도 제공한다. 사진은 월정액 고객을 위한 별도의 캐비넷.
마지막으로 핫데스크 고객은 9층 라운지와 카페테리아도 이용 가능하다.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잡담을 나누기 좋은 장소다. 아무래도 핫데스크에서는 취식하는 게 눈치 보이다 보니, 음식은 내려와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업무공간의 철학 양희영 대표는 “핫데스크가 공유오피스의 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공유오피스는 말 그대로 ‘분할해서’ 쓰는 사무실이 된 지 오래지만, 그래도 공유오피스의 본질은 여러 회사가 어울려 일하는 데 있다는 말이다. 핫데스크는 아직도 그 순수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공유오피스 사업이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되느냐, 그 이상의 창조적인 가치를 창출하느냐는 전적으로 공유오피스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있다. 어떻게 고객이 ‘잘 일하게’ 만들 것인가?
마이워크스페이스 4호점의 핫데스크는 그 고민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장소다. 특히 스피크 존과 ‘콰이어트 존의 분리는, 공유오피스의 ‘공유’의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도 국내 이용자의 특성을 모두 배려한 독특한 시도임이 분명하다. 그는 일부러 핫데스크를 11층에 배치했다고 말한다. 4호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전망이 좋고, 햇살이 잘 든다. 공유오피스의 본질이고 공유오피스의 상징이기 때문에 좋은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적어도 주목할 만한 시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형 공유오피스 스타트업’이라는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늘 실험한다. 수많은 실험은 결국 업계를 뒤흔드는 혁신으로 이어진다. 처음으로 핫데스크라는 것을 만들기로 했던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발상처럼 말이다.
출처: ㅍㅍㅅㅅ 김수희 에디터 https://ppss.kr/archives/234792